출근하자마자 사라진 콘솔
월요일 아침 Vertex AI 콘솔을 열려고 했던 한국 기업의 MLOps 엔지니어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익숙한 보라색 헤더가 아니라 새로 단장된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 브랜드였다. Google Cloud Next 2026 기조연설에서 Thomas Kurian CEO가 발표한 결정의 결과다. Vertex AI는 사라졌다. 정확히는 "더 큰 무언가로 진화"했다는 게 Google의 공식 표현인데, 한국 시간으로 2026년 4월 23일 자로 콘솔, 제품 페이지, 결제 메뉴 표기가 일제히 바뀌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셋이다. 첫째, 내가 어제까지 호출하던 aiplatform.googleapis.com 엔드포인트는 그대로 살아 있는가. 둘째, 결제 코드(SKU)와 IAM 권한이 이전되는가. 셋째, 이번 리네이밍이 단순 마케팅인지 아니면 진짜 아키텍처가 바뀐 건지. 결론부터 말하면 셋 다 "단순 리네이밍이 아니다"가 정답이다. Google은 Vertex AI라는 박스를 열어 그 안에 Agentspace, Model Garden, Agent Builder, Apigee 일부 기능을 한꺼번에 쏟아붓고 다시 봉했다. 브랜드 표지가 바뀐 것은 그 안쪽이 다른 제품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이 글은 Vertex AI를 운영해 본 사람도, 한 번도 만져 본 적 없는 의사결정자도 같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화의 본질을 다섯 갈래로 풀어낸다. AWS Bedrock·Azure AI Foundry와의 전선이 어디서 어떻게 그어졌는지, 그리고 한국 기업이 어디서부터 영향을 받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첫 번째 충격 — Vertex AI 전체가 한 제품으로 통합됐다
2024~2025년의 Vertex AI는 사실상 여러 제품의 묶음이었다. Pipelines, Workbench, Feature Store, Matching Engine, Agent Builder, Model Garden이 하나의 콘솔 아래에 있었지만 각자 따로 진화했다. 여기에 2025년 등장한 Agentspace가 또 다른 입구로 추가되면서 "어디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자체가 혼란이 됐다.
Cloud Next 2026의 결정은 이 모든 입구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새 이름인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 아래 Agent Studio(저코드), Managed Agents API, Antigravity 2.0(데스크톱), ADK 2.0(코드 우선)이 네 단계 사다리(Rung 1~4) 구조로 정리됐다. Google Cloud 공식 블로그가 표현한 문구를 빌리면 "프로젝트에 맞는 가로대(rung)를 골라라, 팀이 선호하는 코딩 에이전트를 그대로 가져와도 된다"는 접근이다.
기존 Vertex AI 사용자에게 다행인 부분은 API 엔드포인트, IAM 권한, 결제 SKU가 단기간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콘솔과 문서 URL은 바뀌었지만 SDK 임포트 경로는 마이그레이션 기간 동안 듀얼 트랙으로 동작한다. 그러나 새 기능(Skill Registry, Agent Identity, Agent Gateway, Agent Registry 같은 거버넌스 스택)은 새 브랜드의 콘솔에서만 활성화된다. "지금 당장 깨지지는 않지만, 새로 만드는 것부터는 새 콘솔로 가야 한다"가 현실적인 한 줄 요약이다.
두 번째 충격 — Model Garden 200+ 모델, Claude Opus·Sonnet·Haiku 정식 합류
이번 발표에서 가장 무거운 한 줄은 "Model Garden에 Anthropic Claude가 정식 1등 시민으로 들어왔다"는 부분이다. 그동안 Vertex AI에서도 Claude 사용은 가능했지만 별도 마켓플레이스를 통하는 우회 경로였다. 이번에는 Gemini, Imagen, Lyria, Chirp, Veo 같은 1st-party 라인업과 같은 Model Garden 카탈로그에 Claude Opus·Sonnet·Haiku 전체 라인업이 나란히 노출된다. Llama, Mistral, Gemma 4를 포함해 카탈로그 규모는 200+ 모델이다.
이 변화의 함의는 두 갈래다. 하나는 "Google이 Gemini-only 시대를 명시적으로 포기했다"는 신호다. 두 번째는 멀티 모델 라우팅이 플랫폼 기본기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같은 콘솔에서 같은 인증·결제·로깅으로 Gemini 3 Flash와 Claude Sonnet을 동시에 호출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는 AWS Bedrock이 2023년부터 주력으로 밀어온 셀링 포인트와 정확히 같은 자리에 Google이 진영을 차렸다는 뜻이다.
벤치마크 수치를 두 개만 곁들이면, Google Cloud Next 2026 기조 슬라이드에 따르면 Gemini 3 Flash는 Gemini 2.5 Flash 대비 전체 정확도가 15% 개선됐고, Gemini 3.1 Pro는 같은 발표에서 프리뷰로 공개됐다. 그러나 진짜 셀링 포인트는 "내가 만든 에이전트가 작업 유형에 따라 Gemini와 Claude를 자동 분기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한국 기업이 Vertex AI를 도입할 때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던 "Gemini만으로 다 해야 한다는 부담"이 이번 라인업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 카테고리 | Model Garden 주요 모델 |
|---|---|
| Google 1st-party | Gemini 3 Flash, Gemini 3.1 Pro, Imagen, Lyria, Chirp, Veo |
| 3rd-party 클로즈드 | Anthropic Claude Opus/Sonnet/Haiku |
| 오픈 가중치 | Gemma 4 (Apache 2.0), Llama, Mistral, 기타 community 모델 |
| 합계 | 200+ 모델 (단일 카탈로그·단일 결제) |

세 번째 충격 — Apigee가 MCP 다리로 변신했다
세 번째 변화는 한국 기업의 SI·플랫폼 엔지니어가 가장 환영할 부분이다. Google은 2025년 12월부터 Model Context Protocol(MCP)을 자사 서비스 전반에 도입해 왔는데, Cloud Next 2026에서 이것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핵심은 Apigee의 역할 변화다.
Apigee는 원래 REST·GraphQL API 게이트웨이였다. Google은 이제 Apigee를 통해 노출되는 모든 API를 자동으로 MCP 도구로 변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풀어 쓰면, 사내 IT가 이미 Apigee로 노출하고 있는 ERP·CRM·SCM API가 별도 작업 없이 에이전트가 호출 가능한 도구로 둔갑한다는 뜻이다. 보안 정책, OAuth, 로깅, 쿼터 제한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미 Google Maps, BigQuery, Compute Engine, Kubernetes Engine은 fully managed MCP server로 제공되며, Cloud Run·Cloud Storage·AlloyDB·Cloud SQL·Spanner·Looker·Pub/Sub이 로드맵에 올라와 있다. 한국 대기업이 "에이전트 도입을 못 하는 진짜 이유"로 꼽아온 것이 레거시 API 자산을 LLM에 노출할 안전한 경로 부재였는데, Apigee → MCP 변환이 그 빈자리를 정확히 메운다.
네 번째 충격 — 파트너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가 "즉시 사용" 단계로
기존에 한국 기업이 SaaS를 도입해도 "AI 에이전트 연동은 별도 컨설팅 프로젝트"가 관행이었다.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은 Box, Workday, Salesforce, ServiceNow, Dun & Bradstreet, S&P Global의 사전 빌드 에이전트를 마켓플레이스에서 즉시 실행 가능하게 만들었다. 문서 인텔리전스, HR 셀프서비스, IT 운영, 재무 데이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패키지화돼 있다.
Google 측이 공개한 두 개의 사례가 임팩트를 가늠하기에 좋다. 덴마크 제조 대기업 Danfoss는 거래 이메일 주문 결정의 80%를 자동화했고, 평균 응답 시간이 42시간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제지 기업 Suzano는 자연어를 SQL로 변환해 주는 에이전트를 50,000명 임직원에게 배포해 쿼리 시간을 95% 줄였다. 두 사례 모두 한국 대기업에 직접 대입 가능한 구조다.
다섯 번째 충격 — ADK 1.0 안정화, A2A 1.2가 150개 조직 production 표준
ADK(Agent Development Kit)는 Python, Go, Java가 v1.0 stable로 같이 출시됐고 TypeScript가 추가됐다. ADK 2.0 베타가 같은 무대에서 공개되면서 Kotlin도 합류했다. 한국 안드로이드 개발 인력 풀을 그대로 에이전트 개발자로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다.
더 흥미로운 쪽은 A2A 프로토콜이다. Google이 작년에 띄운 Agent-to-Agent 통신 표준이 v1.2로 올라오면서 암호학적 서명 검증이 추가됐고, Linux Foundation 산하 Agentic AI Foundation이 거버넌스를 맡았다. 무엇보다 "production에서 실제로 사용 중인 조직이 150개"라는 수치가 함께 공개됐다. Microsoft, AWS, Salesforce, SAP, ServiceNow가 사용자 명단에 올라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Anthropic이 주도하는 MCP가 "에이전트와 도구의 다리"라면, A2A는 "에이전트와 에이전트의 다리"다. OpenAI의 Operator/Apps SDK 진영, Anthropic의 MCP 진영과 함께 에이전트 표준 전쟁의 3대 축이 정확히 갈라졌고, A2A는 처음으로 "production 150개 조직"이라는 정량 지표로 자리를 잡았다.
클라우드 3강 — 전선이 어디서 그어졌는가
이번 발표를 가장 무겁게 받아들이는 곳은 AWS와 Microsoft다. AWS Bedrock은 멀티 모델 카탈로그를 2년 먼저 시작했고, Azure AI Foundry는 OpenAI 독점 라인업을 자산으로 삼아 왔다. 표 한 장으로 비교해 보면 전선이 또렷해진다.
| 항목 | Google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 | AWS Bedrock | Azure AI Foundry |
|---|---|---|---|
| 멀티 모델 카탈로그 | 200+ (Gemini, Claude, Llama, Mistral, Gemma 4) | Claude·Llama·Mistral·Titan 등 | OpenAI(GPT)·Claude·Llama 등 |
| Anthropic Claude 1등 시민 | O (Opus·Sonnet·Haiku 정식 라인업) | O (역사적 강점) | O (2024년 합류) |
| 에이전트 to 에이전트 표준 | A2A v1.2, 150개 조직 production | Bedrock Agents, AgentCore | Azure AI Agent Service |
| API → 에이전트 다리 | Apigee 자동 MCP 변환 | Lambda·Step Functions 조합 | Logic Apps·Functions 조합 |
| 저코드 빌더 | Agent Studio + Workspace Studio | Bedrock Studio | Copilot Studio |
| 시장점유율(Q4 2025) | 11%, YoY 50% 성장 | 31% | 25% |

수치만 보면 AWS가 여전히 가장 크고, Azure가 OpenAI 독점이라는 비대칭 자산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단일 콘솔에서 200+ 모델 + 자동 MCP 변환 + 150개 조직 production A2A"라는 조합은 Google이 처음 내놓는 패키지다. Kurian CEO가 기조연설에서 "조각을 던져 주는 게 아니라 플랫폼 자체를 넘긴다(handing you the pieces, not the platform)"고 표현한 부분이 이 차이를 그대로 가리킨다.
한국 기업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첫째, Vertex AI를 이미 도입한 곳은 마이그레이션 기간 동안 큰 작업이 필요 없다. 기존 SDK·결제·IAM은 듀얼 트랙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새 기능(Skill Registry, Agent Identity, Agent Gateway)을 쓰려면 새 콘솔로 들어가야 한다.
둘째, Claude 도입을 별도 계약으로 진행하던 곳은 이제 Model Garden 안에서 같은 결제·로깅·감사 로그로 묶을 수 있다. 보안·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승인 절차가 단축된다.
셋째, Apigee를 이미 쓰는 한국 대기업은 사실상 "에이전트 도입 인프라가 절반 완성"된 상태가 된다. 신규 도입 검토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
넷째, Box·Workday·Salesforce·ServiceNow 도입사는 컨설팅 견적 없이 사전 빌드 에이전트를 PoC로 돌릴 수 있다. SI 업계에 적지 않은 압박이다.
다섯째, A2A 1.2가 150개 조직 production이라는 수치는 "내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카드가 사라졌다는 신호다. Microsoft·AWS·Salesforce·SAP가 이미 들어와 있는 표준에 한국 기업이 늦지 않게 합류해야 멀티 벤더 에이전트 협업이 가능해진다.
관전 포인트 — 다음에 깨질 것들
- Vertex AI라는 SEO 키워드가 6개월 안에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으로 옮겨갈 것이다. 한국어 문서·블로그·마이그레이션 가이드 트래픽이 새 키워드로 재편된다.
- AWS Bedrock의 다음 한 수는 거의 정해져 있다. "Bedrock 200+ 모델"이라는 카운터 펀치와 자체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강화다.
- Azure는 OpenAI 독점이라는 비대칭 카드를 얼마나 더 오래 들고 있을지가 관건이다. Anthropic은 이미 Azure에도 들어가 있지만 무게중심은 여전히 OpenAI에 쏠려 있다.
- 한국에서는 네이버 클라우드·KT 클라우드·NHN 클라우드가 "한국형 에이전트 플랫폼" 카드를 어떻게 꺼낼지가 다음 분기 관전 포인트다. A2A 호환성을 어디까지 약속할지가 첫 번째 시험대다.
Vertex AI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그 안에 쌓여 있던 자산은 더 큰 묶음으로 다시 등장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Google이 가진 에이전트 카드를 한 번에 다 꺼낸 발표였고, 그 시점은 한국 기업이 더 이상 관망할 수 없는 자리에 정확히 놓였다."
출처
- Google Cloud Blog — Introducing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
- Google Cloud Blog — I/O '26 news for agent developers on Google Cloud
-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 제품 페이지 (formerly Vertex AI)
- TheNextWeb — Google Cloud Next 2026: AI agents, A2A protocol, Workspace Studio, and the full-stack bet against OpenAI and Anthropic
- The New Stack — Google finally builds the AI and agent platform it's been describing for years
- THE Journal — Google Announces New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
